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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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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는 잠이 들었던 것같습니다. 

"으음~."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뜨는 저를 보고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춘식이가 피식 웃었습니다.


"많이 피곤하냐? 이젠 나이도 있는데 적당히 좀 해라."


그렇게 말하는 춘식이 역시 까칠한 수염에 눈 밑에는 기미가 끼어 있었습니다. 

저는 벌거벗은 채였지만, 녀석도 그 옆에서 자고 있는 지윤씨도 이미 욕의를 몸에 걸치고 있었습니다.


"넌 안 자고 있었냐?"

"아니, 조금 잤어. 나역시 이번엔 좀 힘이 부치더라." 


격의없는 웃음을 짓는 춘식이에게 전 애매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웬지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진 우리는 서로 시선을 피했습니다. 

고갤 돌린 우리 둘의 눈이 자연스레 멈춘 곳에는 격렬한 정사의 흔적을 몸 여기저기에 남긴 채 미처 뒷정리도 못하고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자고있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전까지도 그렇게 미친 듯이 흐느끼던 여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고 청순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담배를 다 피운 춘식이가 갑자기 일어나 자고 있는 아내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아내가 실눈을 떴지만, 그 눈동자는 아직 꿈 속에 있는 것처럼 흐릿했습니다. 


"깼어? 몸은 좀 어때?"

"...몸이...산산조각 난 거같아요." 


아내가 몽롱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어젯밤은 굉장했어."

"그런 말은 싫어요..." 

"목욕이나 하자, 피로가 풀릴 거야." 


춘식이가 다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아내의 몸을 안아 올렸습니다.


"알몸은 어떻게... 입을 것을 좀. "

"알았어." 


춘식이는 떨어져 있던 욕의를 집어 적당히 아내의 몸을 덮었습니다.


"그럼 다녀올께."


춘식이가 힐끔 저를 보고 말하더니 아내를 안은 채로 방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것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잠시 후, 지윤씨가 "으~응"하고 소리내며 실눈을 떴습니다. 방에 저밖에 없는 것을 보고는 말을 했습니다. 


"춘식씨와 언니는?"

"온천에 갔어." 

"정말...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나봐."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


잠시 후, 저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노천온천탕 입구의 유리문에서 환한 아침 햇살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그 문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유리문 너머로 아내와 춘식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춘식이는 아내를 들어올려 안고 서서 그 자세로 아내와 몸을 섞고 있었습니다. 


지난밤 내내 그렇게 시달려 지쳐있었을텐데도, 아내는 춘식이의 목을 꼭 끌어안고 허공에 뜬 두 다리로 녀석의 굵은 허리를 

둘러감은 모습으로 난잡하게 매달려선 자궁 깊숙이 녀석의 우람한 자지를 받아들이며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가뿐 숨을 내쉬고 있는 아내의 얼굴은 진심으로 섹스의 즐거움을 음미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춘식이의 단단한 근육질의 커다란 육체와 아내의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한 몸이 멋진 대조를 이루어 고대 그리스의 신들을 

그린 유럽의 회화를 연상시켰습니다 


한동안 그런 두 사람의 정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깔고, 혼자 잠을 청하고 있자니 아내와 춘식이가 돌아오는 기척이 났습니다. 

잠시 후, 제 옆자리로 아내가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저는 계속 눈을 감고 자고 있는 시늉을 했습니다. 

깨어나면, 우리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생각하다가 저는 어느샌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한낮이 가까웠습니다. 


"여보, 일어나세요. 곧 체크아웃할 시간이에요."


눈 앞에 아내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아내의 얼굴에서 피곤함이나 여윈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제 입에서 나온 것은 다음과 같은 엉뚱한 말이었습니다. 


"...아침은 먹었어?"

"취소했어요. 춘식씨네는 볼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떠나셨고, 당신은 피곤하신 것 같아서요." 


어딘지 모르게 굳어있는 말투였지만 아내는 제가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언제나처럼 제 눈길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춘식이네는 왜 떠났을까요? 일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평범한 남녀라면 아침이 되어 저희 부부와 얼굴 마주치는 것이 어색해서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춘식이와 지윤씨는 그런 

상식적인 평범한 남녀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일어났습니다.

어젯밤은 옷이니 뭐니, 정사의 흔적들로 그렇게 어지러웠던 방이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척척 이불을 개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를 응시하면서 저는 멍한 표정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여관을 나오자 밖은 아주 맑은 날씨였습니다. 여름 휴가도 모래로 끝이 납니다. 

저희는 역앞의 작은 찻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고야공항으로 가기위해 기차에 탔습니다. 

시골인 코잔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거의 비어 있었고, 승객은 저희 이외에 두세 명밖에 없었습니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녹음이 울창한 산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밝은 햇살 아래 펼쳐지고 있는 산들을 보고 있자니, 휴가동안 일본의 온천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 속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은 저와 아내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저..."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그... 어제는."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야." 


제가 말했습니다.


"현수가 사과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번 일은 다 나 때문이었어.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일이였어."


저는 지금이라도 모든 걸 고백하고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아니, 결과는 분명히 안좋은 쪽으로 정해지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말을 했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아내의 대답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틀째 되던 밤에... 당신과 지윤씨가 목욕하러 간 후에 춘식씨에게서 모든 걸 들었어요. 

당신이... 절 춘식씨에게 안기게 하려고 그 두 분을 이 여행으로 끌어들인 일이랑, 전부 다요." 


"...춘식이가 왜 그렇게?"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 생각으로 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당신들이 목욕하러 간 뒤에 저를 유혹하려 왔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해도 거기에 응하지 않자 그 이야길 하더라구요." 


"....."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당신은 모르시죠? 그런데도..." 


차분하게 얘기하는 아내의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무섭게 느껴져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미웠어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것을 춘식씨에게 약속한 이기적인 당신이 미웠어요. 

그렇게나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놓고선 물건처럼 저를 춘식씨에게 안겨 주려는 당신이 너무 미웠어요."


"...."

"제 그런 마음을 알아챈 건지, 그 때 춘식씨가 수현이가 밉죠?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하고 묻더군요. 

분한 마음에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람은 그렇다면 녀석을 진짜로 배신해 보는게 어때요? 

제가 볼 때 수현이는 그렇게 강한 놈이 아니거든요. 

수현이는 현수씨를 언제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수씨가 저에게 안기는 걸 보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현수씨가 자신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현수씨가 실제로 저에게 안긴다면 수현이는 분명 깊은 상처를 받을 겁니다. 

현수씨를 먼저 배신한 녀석에게 멋지게 복수하시게 되는 거죠. 

그게 수현이의 의도대로 그 장단에 놀아나는 일이라고 현수씨가 싫다고 하신다면야.., 뭐, 저도 상관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


"당신이 저를 언제나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춘식씨의 말을 듣고 그때, 전 정말 화가 났어요. 

이번 일만 보더라도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복수를 위해 정말 춘식씨에게 이대로 몸을 맡겨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는 결심을 할 수가 없었어요. 

춘식씨는 결론은 지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제 말을 잘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하고 나갔어요. 

저는 그대로 정신이 어지러워 누워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당신이 돌아왔어요. 

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당신이 목욕탕에서 지윤씨를 안은 것, 그리고 제가 춘식씨에게 안긴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어요. 저는 그날 밤, 자고 있는 당신을 계속 보면서 한숨도 잘 수가 없었어요."


그 때 제가 느꼈던 어둠 속의 시선은 아내의 것이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춘식씨가 파트너 교환을 제안했을 때 저는 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 때는 저도 당신에게 복수하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있어서, 춘식씨의 제안에 찬성한 거예요. 

당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 사람에게 안길 생각이었어요."


"......"


"제가 춘식씨의 제안에 찬성한 것에 당신이 놀라는 것을 보고 저는 고소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당신에게 반항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춘식씨와 거리에 나와 호텔로 들어가려고 했을 땐 더 이상 걸음을 뗄 수가 없었어요."


아내는 제 눈을 똑바로 쳐다봤습니다.


"아마도, 우리부부는 닮은꼴인가봐요.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려 해도 막상 그때가 되면 겁을 먹고 마는 겁쟁이. 그것이 우리들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럴지도."


저는 아내의 눈을 피하며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춘식씨가 그런 저를 보고 억지 부리지 않고 괜찮다며 오히려 절 위로했지만, 전 춘식씨가 절 무기력한 여자로 생각할까봐 

부끄러웠어요. 또,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들은 얼마간 거리를 관광하다 숙소에 돌아왔어요. 

잠시 후에 당신과 지윤씨가 돌아왔어요. 

꽤 늦게 들어오길래 저희들처럼 어느 호텔에 갔다 온 건 아닌가 생각돼서 당신에 대한 질투와 슬픔, 분노로 제 마음이 

가득 찼어요."


그때 저는 돌아온 아내와 춘식이를 보고 둘 사이의 대낮의 정사를 망상했었는데,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밤이 되어, 지윤씨가 갑자기 알몸이 되서 당신에게 안기는 것을 보고 그것이 당신의 작전인 걸 알면서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정말 미워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당신에게 되갚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춘식씨가 유혹하는대로 지윤씨와 똑같이 옷을 벗었어요. 그래도.."


아내는 거기서 잠깐 말을 멈추고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어떻게 말을 계속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서 옷을 벗고, 춘식씨와 지윤씨에게 알몸을 보이려 할 때는 분명히 제 마음엔 복수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벗고나선.. 그때는 뭐랄까.. 그것이 아니었어요. 

아무 생각도 안나고 오직 부끄러워서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걸 뭐라고 말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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